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줄일 수 있지만, 한편에서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평등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회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2026년 10월 14일 산업일보가 보도한 국민숙의 단 토론 결과는 이러한 고민을 보여줍니다. AI 확산에 따른 고용과 소득 격차에 대한 우려가 나타난 가운데, 참여자의 93%가 기본사회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렇다면 기본사회는 무엇이며, AI 시대에 왜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국민숙의단의 주요 조사 결과를 살펴보고, 기술 발전과 사람의 삶이 함께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1) AI 확산이 가져온 기대와 불안
AI는 이미 산업 현장과 사무 업무,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며, 사람이 처리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기존 업무를 대신하게 되면 일부 직무는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못한 사람은 노동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업일보가 전한 국민숙의 단 조사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확인됐습니다. 청년층의 취업 기회 감소에 대한 우려는 숙의 전 86%에서 숙의 후 95%로 높아졌습니다.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직업 전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86%에서 91%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AI 기술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일자리와 미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 도입을 무조건 늦추는 것이 아니라, 기술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줄이고 새로운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준비를 갖추는 일입니다.
2) 일자리보다 더 큰 문제, 소득 격차
AI 시대의 중요한 쟁점은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민숙의 단 조사에서는 AI로 발생하는 이익이 일부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응답이 90%에 달했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86%로 나타났습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생산성 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개인 역시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과 교육 기회,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먼저 도입한 기업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소득 감소나 고용 불안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가 장기간 누적되면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AI 시대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과 함께 직업 전환 교육, 재취업 지원, 사회보험 강화 등 다양한 안전망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성과가 일부에 집중되지 않도록 공정한 분배 방식을 고민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3) 국민숙의단 93%가 공감한 기본사회란?
기본사회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입니다. 소득뿐 아니라 주거, 의료, 돌봄 등 삶에 필수적인 영역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산업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본사회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국민숙의단의 숙의 전 91%에서 숙의 후 93%로 높아졌습니다. 기본사회가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도 숙의 전 65%에서 숙의 후 83%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기본사회의 주요 내용으로는 의료와 주거, 돌봄 같은 기본서비스 보장이 60%로 가장 많이 선택됐습니다. 기본적인 소득 보장은 42%였습니다. 우선 보장해야 할 기본서비스로는 의료가 86%로 가장 높았고, 주거 52%, 돌봄 50%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기본사회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아프거나 주거가 불안정할 때, 또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을 쉬어야 할 때에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것입니다.
다만 기본사회에 대한 공감이 곧바로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서비스를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지원 대상과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4) 기본사회는 현금 지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현금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소득과 함께 의료, 주거, 교육, 돌봄 등 여러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로 인해 직업을 바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와 직업훈련 과정, 재취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중요합니다. 돌봄 때문에 경제활동을 중단한 사람에게는 돌봄 서비스와 소득 보장이 함께 제공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국민숙의 단 조사에서도 가족 및 지역사회 돌봄에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94%였으며, 재교육과 훈련은 92%, 구직과 직업 전환은 84%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안전망이 단순한 생계 지원을 넘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기회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기본사회의 실효성은 지원 제도의 숫자보다 실제로 필요한 사람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지원이 삶의 안정과 자립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5) AI가 만든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기본사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의료와 주거,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직업 전환을 지원하려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민숙의 단 토론에서는 AI와 관련해 발생하는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였습니다. 숙의 후 AI 관련 재원의 우선 사용처로 교육과 의료, 돌봄 등 기본서비스 확충을 선택한 응답은 46%였습니다. 국민 공동자산이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응답은 숙의 전 14%에서 숙의 후 30%로 높아졌습니다.
또한 미래대응기금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5%였습니다. AI를 통해 발생하는 경제적 성과를 당장의 지원에만 사용하기보다 미래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데 활용하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금을 조성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원을 어디에서 확보하고 누가 관리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사용하며 성과를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가 함께 정해져야 합니다. 공공자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활용하는 방안도 투명성과 실효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재정 부담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에서는 기본사회 확대에 따라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90%로 나타났습니다.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실제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과 공정한 부담 원칙이 중요합니다.
AI 시대의 분배 문제는 단순히 얼마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넘어섭니다. 기술 발전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6) 기술 발전과 인간다운 삶은 함께 갈 수 있을까?
AI 기술은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과 직업의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동시에 기존 업무가 줄어들 수 있으며,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기술이 미래에는 필수 역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인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모든 사람이 같은 교육 기회와 경제적 여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 변화에 대응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업 역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만을 추구하기보다 노동자의 직무 전환과 재교육, 고용 안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교육과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하고, 국민은 기술 변화의 혜택과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기본사회에 관한 논의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향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가 효과를 거두려면 정책의 목표뿐 아니라 실행 방법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지원의 형평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발전합니다. 따라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삶이 더 불안해지는 모순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마무리글
AI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일뿐 아니라 그 성과를 어떻게 나누고 누구도 변화의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국민숙의단의 조사 결과에서 기본사회에 대한 높은 공감대가 나타난 것도 이러한 시대적 고민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사회는 필요하다는 공감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설계하고, 재원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미래 세대에도 부담을 떠넘기지 않을 지속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는 변화일 수 있지만, 그 변화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사회가 선택하는 정책과 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가 일부의 이익을 키우는 수단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의 삶을 안정시키는 도구가 되려면 공정한 기회와 기본적인 생활 보장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사회를 넘어, 기술을 통해 사람이 더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AI 시대의 기본사회 논의가 구체적인 정책과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 참고:
산업일보, 「AI 확산에 고용·소득격차 불안 커져… 국민숙의 단 93% “기본사회 필요”」, 2026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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